회원동정

2019.03.22 09:33

어미가 보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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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fEMkwC.jpg

 

반달

 

내가 하루처럼 버린 것이

뱃속의 똥과 오줌만이 아니었구나

어미의 눈물을 먹고

어미의 피를 먹고 자랐으니

오늘 밤에 뜬 저 달에게서

늦은 밥상 차려주는 어미가 보인다

 

꺼져가는 내 목숨 살리겠다고

반쪽을 버렸으니 내 삶의

절반은 어미 몫이다

한 움큼도 안 되는 살과 뼈의

어미를 안아보니 내가 매일같이

먹은 것이 세월의 나이만은 아니었구나

 

온달처럼 내 앞길

환하게 비추지 못해도

그림자 크게 키워주니

밤의 들짐승들 피해갈 줄 알았다

 

어미 마음을 내가 곡괭이로

숟가락으로 저리 깊게 파먹었구나

반만 남은 달 어미는

오늘 무얼 하고 있을까

 

오늘은 내 머리 위에

반달로 뜰 줄 알았다

반쪽은 어디로 달아났나

찾아보니 어미 가슴을

내가 애타게 국 끓여 먹었구나

 

바람 빠진 바퀴 마냥

풍선 마냥 쪼그라든 어미

얼굴도 반쪽, 젖무덤도 반쪽

삭아 더 이상 굴러갈 수 없음에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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