회원동정

2019.03.05 11:04

빈집 같이 차가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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뚝배기

 

이제는 도마 위에 비스듬히 놓인

어머니를 보고 있다 불도 꺼지고

칼도 사라지고 빈집 같이 차가운

뚝배기만 바라보고 있다

 

그 맛이 절대적으로 구수하다

오지 그릇 뚝배기 하나 받아놓고

후후 불면서 이제는 장작개비

같이 드러누운 아버지를 보고 있다

 

그래서 내가 숟가락과

젓가락을 쥐고 있는 것 아니냐

아버지가 뚝배기 같아서

어머니는 된장국 같아서

이제 막 밥상에 올려 놓았으니

뜨거워 완전히 혀 데겠다

 

내가 저 틈바구니에서

우연히 목숨 얻었으리라

저 조화로운 生에서 이름을

떡 하니 부여받았으리라

 

어머니가 말이다 파도 쓸고

마늘도 다져 넣은 어머니의

마음이 말이다 비린내도

죽이고 향긋하겠다

 

아버지가 말이다

은근슬쩍 아궁이에서 달군

아버지의 몸이 말이다

펄펄 끓어서 손도 못 대겠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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